<2024 my book>
작년 한 해 동안 내가 읽은 책들,
그 시작은 큰 뜻도 없었고 그냥 남편이 읽어보라고 준 토마스 만의 ‘요셉과 그 형제들’ 이었다.
평소 책을 많이 읽는 남편이 엄선하여 재밌다고 추천해준 책들만 골라 읽었던 나는 이번에 추천한 ‘요셉과 그 형제들’을 보고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.
총 6권이었고 글씨들도 빡빡하게 들어차 있었으며 첫 장부터 허황된 신화며 고대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.
그렇지만 참고 읽으면 그 끝은 창대하다고..꼭 읽어보라는 말에 남편 말을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하며 읽어나갔다.
꾸역 꾸역 꼭꼭 씹으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것은 반은 흐린눈 하며 6권을 다 읽어냈을 때 나의 독서 역사에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.
고통스럽게 그러면서 재미있게 읽어나간 6권의 독서 후에 나의 문해력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이다!
이것은 마치 컴퓨터가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랄까
나의 뇌는 독서 못하는 뇌에서 독서 하는 뇌로 업그레이드 되어 그 뒤의 나날들이 조금씩 변화되어갔다.
두번째 읽은 책은 이사벨 아옌데의 운명의 딸 1,2권이었고, 이사벨 아옌데의 책은 3개의 시리즈로 이어져 있었다. 세피아빛 초상, 그리고 영혼의 집 1,2
달콤한 케이크를 흡입하듯 아옌데의 책은 나도 모르게 다 읽어버리고 책의 재미를 차차 깨닫기 시작하는데..
그 후 일광유년, 백 사람의 십년, 나는 고백한다 1~3권 등 남편의 추천 도서들은 가히 칭찬할 만 했다.
나의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적당히 달달하면서 적당히 쓰기도 한 책들은 나를 독서의 세계로 풍덩 빠뜨렸다.
아침마다 커피를 한 잔 내려 아침 식사를 하며 10분간, 또는 연구부장을 하며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(그러하다.. 나는 연구부장을 하게 된 것이다….. ㅜㅠ) 머리를 식히기 위해, 또는 잠시 책상 앞에 서서 한쪽씩 쪽책을 읽거나, 침대에 누워 읽거나, 딸래미가 무언가를 물어볼어 올 때 공부하는 척을 하기 위해 책을 읽거나.. 하며 점점 나의 삶은 책의 세계로 빠지기 시작했다.
한 번 물고가 트이기 시작한 책읽기는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속도가 붙어서 마지막 12월에는 한 달에 9권을 읽는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.
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.
마흔 다섯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이제서아 책의 재미에 푹 빠진 것도 신기하지만, 나의 뇌가 책읽는 뇌로 바뀐 것이 더더욱 신기하다.
구독했던 넷플릭스는 매달 아무 프로도 보지 않게 되어 끊어버렸고
도서관에서는 한 번에 7~8권씩 빌리는 책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.
독서를 하면 할 수록 무뎌질 것 같지만, 읽을 수록 감탄과 짜릿함은 커져간다.
책을 경외하고 작가를 존경하고 겸손하게 된다.
책을 읽을 때 마다 조잘조잘 책에 대해 떠드는 나를 잘 받아주는 남편, 줄거리를 다 이야기 해도 묵묵히 참아내는 남편,
밥을 먹고 나면 무조건 가야하는 마누라 필수 코스 커피숍을 가서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남편이 있어 참 고맙다.
이제는 남편이 추천해주는 책보다 내가 스스로 찾아 읽는 책들이 더 많아졌지만 올해 1월에 읽은 가장 좋은 책은 또 남편이 추천한 책이었다.
에이모 토울스의 ‘모스크바의 신사’이다.
2025년도에도 나의 책읽기는 시작되었다.
한 해 더 늙었으나 책읽기 능력은 한 해 더 성숙해졌으리라 믿는다.
내년 이맘때에도 독서 리스트를 올릴 수 있길!
ps. 2024 독서 리스트의 별점 중 4점 이상은 저의 추천 도서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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